세세한 대화가 그와 나를 친구로 이끌 확률.
그가 내게 왜 손가락에 밴드를 붙였는지 물었다. 그냥 다쳤다고 간단히 대답해도 될 일을, 엄마에게 전복을 받은 일이며, 전복을 손질하는 방법, 어느 단계에서 손을 베었는지, 그렇게 해 먹은 요리가 어땠는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열심히도 들었다. 길게 이야기를 나눠본 건 처음이었다.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는 이제 그가 새우를 먹을 때 머리와 꼬리만 떼고 통째로 먹는다는 것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 또 그가 한솥에서 도시락 값을 떼먹은 적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 그는 바나나우유를 한 단지, 나는 커피우유를 두 팩 마셨다.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며 오늘 고민하다 빠에 왔는데 나를 봐서, 나와 이야기 나눠서 즐거웠다며 오길 잘했다고 했다. 능숙하지 않아서 오히려 진심처럼 느껴졌다. 어색하지만 애쓰는 모습이, 마음에 더 가까운 말로 느껴졌다. 마음과 말의 거리가 짧게 느껴지는 사람과의 대화는 안심이 된다. 진심일까 의심하지 않아도 되니까. 어쩌면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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