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0일 목요일

9월 독서 모임 <랩 걸>





두 번째 독서 모임.
2018년 9월 19일, 망원의 북카페에서.
호프 자런 지음, <랩 걸>, 김희정 옮김, 알마 2017.


과학자 호프 자런이 자신만의 실험실을 꾸리기까지 "어떻게 몸과 마음을 모두 쏟아부으며 과학을" 해왔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 과학에 대한 열정, 동료 빌과의 신의, 식물 이야기가 담겼다. 





2018년 9월 5일 수요일

2018 도쿄 여행 추천 목록

1) Akagi Shrine(赤城神社)

2010년에 켄고 쿠마(켄고 쿠마씨가 카구라자카에 산다는군요)의 설계로 리노베이션한 신사다. 전통 신사와 비교했을 때, 재료도 그렇고 디테일에서도 밝고 가벼운 느낌을 받았다. 6층짜리 주거 건물이 신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점도 특이한데 리노베이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주소 신주쿠구 아카기모토마치 1-10
TEL. +81 3-3260-5071
영업시간 24시간
웹사이트 www.akagi-jinja.jp
kkaa.co.jp/works/architecture/akagi-jinja-park-court-kagurazaka




























2) International House of Japan(国際文化会館)

마에카와 쿠니오, 사카쿠라 준조, 요시무라 준조의 공동 설계로 1955년 준공한 국립문화회관이다. 1층 로비에서 보이는 정원 풍경이 근사하다. 로비에 놓인 의자가 편해 창 밖 풍경을 보며 오래 앉아 있었다. 주변이 고층 건물로 둘러싸여 분지 같은 정원을 산책한 시간도 좋았다. 1층에 Tea Lounge <The Garden>과 지하 1층에 식당 <SAKURA>을 이용할 수 있다.




주소 미나토구 롯폰기 5-11-16
TEL. +81 3-3470-4611
영업시간 24시간, The Garden(7:00-22:00), SAKURA(11:30-14:00, 17:30-22:00)
웹사이트 www.i-house.or.jp
































3) Kyu Asakura House(旧朝倉家住宅)

관동대지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도 파괴되지 않은 건물이 귀한 모양이다. 1919년 지어진 정치인 토라지로 아사쿠라의 주택으로 2004년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다이칸야마에서 이런 호젓함이라니요.




주소 시부야구 사루가쿠초 29-20
TEL. +81 3-3476-1021
영업시간 10:00-18:00(3월-10월), 10:00-16:30(11월-2월)
휴무일 월요일, 새해 연휴
입장료 100엔 
웹사이트 www.city.shibuya.tokyo.jp/eng/est/asakura.html





























4) Hillside Terrace(赤城神社)

후미히코 마키의 설계로 1969년부터 1992년까지 7단계에 걸쳐 개발된 저층 상업, 업무, 주거 복합 단지이다. 저층에 상업 시설이 있어 단지가 담장 없이 도시에 열려있다. 단지 중간에 Sarugaku Shirine도 인상적이다. 원형으로 5미터쯤 돋운 땅은 7세기에 만들어진 고분이고, 1919년에 아사쿠라 가문에서 그 위에 작은 사원을 지었다고 한다. 힐사이드 테라스 개발과정에서 보존하기로 결정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주소 시부야구 사루가쿠초 18-8
TEL. +81 3-5489-3705




























5) Connel Coffee


1977년 단게 겐조가 설계한 소게쯔 회관 2층에 자리 잡은 넨도의 카페다. 천장과 벽면에 반사율 높은 검정색 마감재를 쓴 단게 겐조의 설계를 그대로 살렸다. 창 밖으로 작고 오래된 공원의 나무가 사방에서 반사되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안쪽 매장 가구를 넨도가 디자인했고, 바깥 매장에 에로 사리넨의 의자와 테이블이 있다. 




 주소 미나토구 아카사카 7-2-21 소게쯔 회관 2층
TEL. +81 3-6434-0192
영업시간 9:00-18:00(토요일 17시까지)
휴무일 일요일

















6) Edo-Tokyo Open-Air Architectural Museum(江戸東京たてもの園)


도쿄의 문화적 가치가 높은 건물을 현지 보존이 어려워 옮겨 놓은 건축 박물관이다. 관련 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을 것 같지만, 아는 게 별로 없더라도 사람이 실제로 살았던 도시 단독주택, 농가, 상가주택 등을 직접 들어가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즐거울 것 같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서 둘러보다가 커피도 마시고 우동도 먹으면 좋을 듯.


건축가인 쿠니오 마예카와 주택이 특히 좋았다. 1942년에 본인의 설계로 지어 혼자 살다가 1945년 긴자에 있던 사무실이 공습으로 파괴되면서 1954년까지 2층을 사무실로 썼다. 사무실을 집으로 옮긴 해에 결혼해 이 집에서 신혼살림을 꾸렸다. 사무실로 쓰던 때의 사진과 건축가와 부인, 반려견이 함께 거실에 있는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주소 코가네이시 사쿠라초 3-7-1
TEL. +81 42-388-3300
영업시간 9:30-17:30
휴무일 월요일
입장료 400엔
웹사이트 http://www.tatemonoen.jp

























7) Okuno Building

긴자는 도쿄에서도 서양식 건물이 가장 일찍 지어진 지역이라는데, 관동대지진과 제2차세계대전을 겪으며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많지 남아있지 않다. 오쿠노 빌딩은 1932년 고급 아파트로 지어졌지만 지금은 낡을대로 낡아 갤러리와 젋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많이 입주해 있다. 수동 개폐식 엘리베이터가 있다. 오래된 건물뽕을 채워주는 건물이랄까.




주소 추오구 긴자 1-9-8













































지난 2016년 도쿄 여행 기록은 아래 주소에⇩⇩⇩










2018년 9월 1일 토요일

생활의 단면

"다음 날 밤에도 진이는 도둑질을 나섰다. 어떻게 밀가루만 먹고 사느냐면서, 혜순은 따라나서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진이에겐 마음 편했다. 장도리와 초와 성냥을 가지고 그녀는 매일 밤 집을 나섰다. 하룻밤에 한 집, 어떤 날은 두서너 집까지도 뒤졌다. 엿장수 집도, 미장이 집도, 목수 집도 있었다. 물론 무엇을 해 먹고 살았는지 분명치 않은 집이 더 많았고, 애들이 여럿 있었던 것 같은 집도 그렇지 않은 집도 있었다. 그러나 한결같이 사람 없는 빈집이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생생한 사람들의 생활의 모습이 있었다.
사람들은 잠깐 외출을 하려고 벗어놓은 양말짝을 구석으로 감추고 갈아입은 때 묻은 속옷을 뭉쳐놓는 등 될 수 있는 대로 자기의 자취를 감춘다. 그것이 또한 깔끔한 걸로 돼 있다. 그러나 이곳 판자촌의 부재중은 그런 깔끔한 부재중이 못 되었다. 얼마나들 서둘렀으면 갖가지 모습의 적나라한 생활의 단면을 그대로 한 겹 빈지문 속에 펼쳐 놓은 채 그들은 부재중이었다.
진이는 매일 밤 도깨비에 홀린 듯이 이런 사람들의 생활의 모습에 이끌려 집을 나섰다.
그녀는 훨씬 덜 외로워지고 명랑해졌다. 많은 친구를 가까운 곳에 가지고 있는 듯한 착각은 착각이라기엔 너무도 흐뭇했다. 밀가루도, 밀도, 보리쌀도, 쌀까지도 생겼다. 이제 더 이상 도둑질을 나설 아무런 명분도 없었다. 그래도 여전히 밤 그맘때가 되면 진이는 설레고, 흘금흘금 눈치를 보다가 집을 빠져나오고 마는 것이었다.
곧 어떤 순박한 서민의 숨소리가 들릴 듯한 방이나, 부엌, 살던 그대로의 모습에 조그만치의 위장도 가하지 않은 생생한 생활의 모습들을 보고픈 갈망으로 먹을 것을 구하려는 당초의 목적은 점점 잊어버려 가고 있었다. 당초의 그녀가 핑계 삼던 보름달도 점점 기울어 거의 칠흑의 밤이 돼도 그녀는 그 일을 끊지 못했고, 산으로 올라가는 비탈엔 완전히 길이 생겼다."

- 박완서 지음, <목마른 계절>, 302-303쪽, 세계사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