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5일 화요일





손을 유심히 보던 사람이 있었다. 재주 많은 손이라며, 만날 때마다 손을 꼼꼼히 오래 들여다봤다. 손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무엇인 듯이, 마치 손에서 나의 모든 세계를 들여다보듯이. 나는 뼈와 핏줄이 불거진 크고 투박한 손이 창피해서 간지럽다며 서둘러 손을 그에게서 빼내고는 했다. 

<벌새>에서 영지 선생님이 은희에게 자신이 싫어질 , 손가락을 보라고, 그리고 손가락, 손가락 움직여 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사람 생각을 잠깐 했다. 

사람도 가끔 어떤 손을 보면 나를 떠올릴까. 아니면 어딘가에서 다른 누군가의 손을 탐구하고 있을까. 어느 쪽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이전보다 나의 크고 투박한 손을 좋아하게 되었다. 누군가 찬찬히 오래 보아주던 . 사람은 "상처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최은영, <그때의 은희들에게>, 《벌새》, 아르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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