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일 목요일

가족사진






가장 좋아하는 가족사진이다. 책상맡, 책 읽다 고개 들면 눈길 닿는 곳에 두었다. 공부방에 있는 유일한 사진이자 상자에서 꺼내 둔 유일한 가족사진이기도 하다.


84년도 어딘가의 해변이다. 모래에 비스듬히 꽂힌 파라솔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은 엄마와 아빠, 언니가 보인다. 사진 속의 엄마와 아빠는 나보다 5살, 8살 어리다. 그들은 무언가를 막 먹으려는 듯 모여 앉아 있다. 세 사람 모두 수영복을 입었고 아빠와 엄마는 밀짚모자를 썼다. 돗자리 왼쪽 모퉁이에 놓인 모자가 언니의 것이라기엔 커 보인다. 아마 이 사진을 찍어 준 사람의 것일지 모르겠다. 그가 누구인지 전혀 짐작 가지 않는다.  언니가 입은 수영복은 내가 나중에 물려 입기도 했다. 저 수영복을 입은 나의 사진이 이 집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엄마는 2010년 두 번째 결혼을 할 때 가족사진을 모두 나에게 주었다.

나는 자주 이 사진을 들여다 보며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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