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네를 걷다가 한 달 반 전에 죽은 친구와 닮은 사람을 보았다. 친구라고 부르기 민망한 사이다. 죽었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 들었고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살아있는 동안 그를 친구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가끔 그 친구를 떠올린다. 늘 창백했던 낯빛과 얇았던 머리칼 같은 것을 떠올린다. 가까이 가면 풍기던 코코넛 향을 떠올린다. (나는 그에게 코코넛 향이 난다는 얘기를 했고, 그는 매번 코코넛 향과 전혀 상관없는 향수를 쓴다며 억울해했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같은 대화를 반복했다.) 왜 죽었을까. 어떻게 죽었을까. 죽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는 것에 미련이 남았을까. 죽게 되어 후련했을까.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외로워 보여 다가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다가갈 걸 그랬나. 그의 외로움을 모른 체 하지 않았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살아있는 동안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그와 나 사이에 나눴어야 하는 이야기가 남아있다면 그것은 무슨 이야기여야 할까. 그것은 어떤 이야기였을까.
이제서야 이 글을 써요. 그대는 외로워 보였으나 당당했고, 뾰족한 구석이 있음에도 다가가고 싶었던 사람이였어요. 그대의 이 마음을 나도 되뇌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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