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0일 금요일

180329 원효대교

  



오랜만에 ㅅㅈ이와 둘이 걸었다.
여의도에서 만나 중식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배부르고 피곤한 와중에
여의도에서 효창공원까지 걸었다.


한 20분쯤 걸었나 했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효창공원에서 집에 가는 막차가 끊겨 있었다.


오랜만에 성에 차게 빠른 걸음으로, 오래, 누군가와, 함께, 걸었다.
요즘엔 늘 같이 걷는 사람의 걸음걸이에 맞춰 천천히 걷는다.


집에 돌아와서

"오랜만에 같이 걸으니까 좋다"
곧 보자.
흥청망청 먹고 마시자"

하고 문자를 보냈다.






2018년 3월 29일 목요일

그해 봄에

  




그해 봄에
-박준


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2018년 3월 28일 수요일

프로필

오! "연애와 결혼과 이사를 밥 먹듯이 했다(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67쪽.)"라고 프로필을 쓸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최근에 프로필 보낼 일이 있었는데, 아래는 그 때 쓴 것.
"아빠가 지은 집에서 태어나 열두 번째 집에서 살고 있다. 개인의 주거사를 담은 책 <0,0,0>을 독립출판으로 펴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했고, 건축 설계 사무소에서 4년간 일하며 서울의 못생김에 일조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건축을 좋아하고, 건축이 가진 사연은 더 좋아한다. 언젠가는 서울의 기괴한 건물을 사진으로 모아 책을 내고 싶다"


다음에 프로필 쓸 일이 생기면 "건축 외에는 책과 춤을 좋아한다"는 내용을 추가해야겠다.




2018년 3월 20일 화요일

바람, 차양



며칠 따뜻하더니 
갑작스레 비에 바람까지 많이 불었다.
그 바람에 지붕에 붙은 차양이 떨어졌다.
폭 60cm정도의 알루미늄 패널이 통째로 마당에 떨어졌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옆 집과 그 옆 집의 이웃 분들이 나서 주셔서 
조만간 수리할 모양이다. 

아무튼,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의 나. 





2018년 1월 4일 목요일

열두 번째 집에서 맞은 겨울.

열두 번째 집에서 처음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어제는 문득 혼자 살며 거친 집들을 떠올렸다. 하루 이틀만 신경을 안 써도 금세 더러워지던 원룸과 어둡고 습한 반지하 집, 바람이 숭숭 통하는 낡은 다세대 주택. 지금 사는 집에서 오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집은 여유 있고 밝고 따뜻하다.








2017년 12월 31일 일요일

2017년 12월 23일 토요일

크리스마스 카드


크리스마스에도 전혀 설레지 않는 어른이 되었구나 생각하다가
어릴 적에 이모가 보내주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떠올렸다.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열심히 우편함을 들춰보던 기억이 난다.
일 년에 한 번 편지를 받는 게 기뻤고,
또 그때는 언니 것보다 더 예쁜 입체카드를 받는 게 너무 너무 중요했다.

올해는 나도 처음으로 조카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까맣게 잊고 살다가, 조카가 서른세 살 쯤 먹은 크리스마스에
갑자기 떠올라서 잠시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어른이 되면 쓸쓸할 일이 많으니까, 그럴 때 붙잡을 행복한 기억이 많으면 좋겠지.

P.S. 산타할아버지, 크리스마스에는 자라의 미니 리본 원피스를 받고 싶어요.
P.S.S. 사이즈는 m 입니다.
P.S.S.S. 엽서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박예경 님의 실크스크린 작품이다.
조카의 동생인 하양이와 닮아서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