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9일 목요일

그해 봄에

  




그해 봄에
-박준


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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