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은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회고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끝나버린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젊은 여자의 몸을 탐하는 것으로 삶의 찰나를 만끽하고 그것을 반성하는,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 회고할 일만 남은 중년 남성으로서의 나 자신을 연민하는 정서에 중독되어 있었다. (여기서 나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남자들을 현실 세계에서도 좋아했다는 점이다. 나는 공식적으로 글 쓰는 남자와 음악 하는 남자를 정말로 싫어하는데 그건 당연히 내가 그들과 엮여 망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백인 남성의 시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면, 세상에 하지 못할 모험이 없고, 원하지 못할 대상이 없으며, 이루지 못할 꿈이 없다. 일단 다 해버린 다음에 근사한 말로 경험을 치장하고 나 자신을 혐오하며 반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않고 원망하기보다 사고 치고 후회하는 게 나은 세계, 그것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세계를 백인 남자들이 써낸 무수한 소설들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세계를. 대의, 내가 태어난 이유가 되어주는 거대한 숙명.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들의 운명은 대체로 그들의 소설에서..... 음, 아니, 잠깐.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말고는 왜 작품 속에 없는 건데? 그냥 여자 어디 없어요?
여자를 찾습니다."
-이다혜 지음,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18쪽, 현암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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