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2일 일요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

2019년 7월에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이미와 아직의 세계>에 글로 참여했다.








영화 <소공녀>(전고운 연출, 2018.)에서 미소는 가사도우미로 일해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 산다. 가난 탓에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미소의 삶은 자꾸만 축소된다. 어느 날 월세가 오르자 미소는 안정적인 주거 대신 위스키와 담배, 애인을 선택한다. 집과 나만의 공간에 애착이 강한 내가, 위스키와 담배, 애인 때문에 이 집 저 집 신세 지는 생활을 선택한 미소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미소는 나에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을 만큼 좋아하는 것이 있냐는 질문을 남겼다.


좋아하는 것을 탐험하기




내가 좋아하는 첫 번째 물건은 ‘지도-확대경-줄자-아이폰 카메라’이다. 이 물건들은 내가 도시, 건물, 공간을 탐험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도시, 건물, 공간은 모두 인공물로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간다. 나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이래로 도시, 건물, 공간을 사랑해왔다.
건축학과에 가고 싶어 대학 입시를 재수했다. 건축학과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도 아빠가 지은 집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사실 그럴듯하게 들릴 것 같아 이렇게 설명하길 좋아한다. 건축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불명확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건축 교육이 나에게 남긴 영향은 명확하다. 나는 도시, 건물, 공간의 형태를 살피고 그것들이 어떻게 그런 형태에 이르렀는지 탐구하기를 좋아한다.
는 자주 위성 지도로 낯선 도시를 헤맨다. 반듯하게 구획된 도시에서 갑자기 구불구불하게 난 길을 발견하면 즐겁다. 작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인 도시에 혼자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우뚝 선 건물을 보며 놀란다. 종이 지도를 볼 때면 어떤 정보 값이 표시되어 있는지를 유심히 본다. 또, 거리뷰로, 버스로, 따릉이(서울시 공유 자전거)로, 걸음으로, 도시를 만난다. 낯선 도시에 가면 그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을 찾는다.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에 방문하면 건축가의 의도대로 건물이 쓰이고 있는지 관찰한다. 무작정 걷다가 유감스러울 정도로 미감에 맞지 않는 건물을 만나면 신나서 사진을 찍는다. 50년 전에 설치되어 여전히 작동하는 엘리베이터에 타보려고 건물을 방문하기도 한다. 계단을 내려오며 무심코 잡은 난간이 손에 착착 감기면, 그 속이 채워졌는지 비었는지 두드려보고, 폭과 두께는 얼마나 되는지 줄자를 꺼내 치수를 확인하기도 한다. 어둡고 조용해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 가면 감탄하며 되도록 오래 머무른다. 좁고 긴 복도 끝에 나무가 보이는 창문이 있으면 꼭 끝까지 걸어본다. 이것이 내가 도시, 건물, 공간을 탐험하는 방법이다. 

<최초의 집>




두 번째 물건은 ≪월간 이리 28호≫이다. ‘월간 이리'는 상수동 이리카페에서 만들던 무가지다.(2019년 3월에 발행 중단) 나는 이 잡지에 내가 살았던 열한 채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했다. 연재 첫 글인 <최초의 집>이 ≪월간 이리 28호≫에 실렸다. ‘최초의 집’은 2018년 9월에 유어마인드에서 나온 나의 단행본 제목이기도 하다.
종종 어쩌다 책을 쓰게 되었냐는 질문을 듣는다. "원래 글쓰는 걸 좋아했어요"라고 짧게 대답하고 끝낼 때가 있는가 하면, 가끔은 <최초의 집>이 ≪최초의 집≫이 된 이야기를 길게 들려주기도 한다. 최초에는 내가 살았던 첫 번째 집에 대한 글 <최초의 집>을 블로그에 올렸다. 방문자도 댓글도 거의 없던 블로그에 귀인이 나타나 본인이 살았던 첫 번째 집에 대한 글을 써서 보내주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다니!’ 한껏 고무되어 필자 모집 트윗을 주기적으로 올리던 <월간 이리> 계정에 메일을 보냈다. “저는 아빠가 지은 집에서 태어나 열 번 이사했고, 지금까지 살았던 열한 채의 집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싶습니다.” 열한 달 뒤에 나는 <월간 이리>에 연재한 글을 모아 책 ≪0, 0, 0≫(2015)을 독립출판했다. ≪0, 0, 0≫도 나에게 귀인을 물어다 주었다. 오킬로미터 북스토어, 헬로 인디북스, 유어마인드의 사장님들이 책방 블로그에 ≪0, 0, 0≫의 후기를 올리고,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매체에 책을 추천해주었다. 독자의 후기도 여럿 들었다. ≪0, 0, 0≫을 독립출판하고 일 년 뒤에 유어마인드의 이로 님으로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첫 번째 집을 인터뷰해 책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책이 2018년 출판된 ≪최초의 집≫이다.
<최초의 집>이 ≪최초의 집≫이 되기까지 단계마다 영향을 미친 우연과 선의와 행운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최초의 집>을 쓰지 않았다면, 귀인이 블로그를 보고 자신의 첫 번째 집 이야기를 보내주지 않았다면, 월간이리에 연재할 수 있을지 용기내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면, ≪0,0,0≫을 독립출판하지 않았다면, 아마 ≪최초의 집≫도 없을 것 같다. 

몸과 화해하기




세 번째 물건은 스윙화다. 스윙화는 내가 스윙댄스, 특히 솔로재즈 수업을 들을 때 신는 신발이다. 스윙댄스는 스윙재즈 음악에 맞춰 커플로, 또는 혼자서 추는 춤이다. 내가 스윙댄스를 춘 지는 3년 6개월이 되었다.
스윙댄스를 추기 전에 나는 스스로를 몸치라고 생각했다. 몸을 쓰는 활동을 할 때마다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했고 어색해 했다. 락 페스티벌이나 스탠딩 콘서트에서 점프하며 팔을 흔들 때조차 혼자만 박자가 어긋나는 것 같아 음악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몸은 껍데기일 뿐, 몸 안에서 내 몸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나의 정신만이 ‘진짜 나’라고 여겼다. 나는 스윙댄스를 배우며 몸과 화해하는 중이다.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일은 근사하다. 음악의 분위기에 맞춰 몸의 움직임을 부드럽거나 신나게, 가볍거나 힘차게 바꿔보기도 하고, 멜로디, 리듬 등의 요소에 어울리는 동작으로 음악을 표현하기도 한다. 여러 악기 중 한 악기에 집중할 수도 있고 음악의 전체 구성을 파악해 구조에 맞는 춤을 추기도 한다. 사람마다 음악을 다르게 듣고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에 한 음악이라도 모두가 다른 춤을 춘다. 같은 곡에도 매번 다르게 춤을 출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스윙댄스의 큰 매력이다. 


함께 운동하기




마지막 물건은 농구공이다. 2019년 3월, 농구게임 내기에서 친구에게 진 이후로, 점심시간마다 회사 근처 볼링장에 있는 농구게임기를 찾았다. 매일 농구게임을 하다 보니 ‘진짜 농구’를 배우고 싶어졌다. 성인 여성이 농구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가 트위터에서 ‘위캔즈 농구단’을 소개받았다. 위캔즈 농구단은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퀴어프렌들리 페미니스트 아마츄어 농구단이다. 나는 이곳에서 지난 4월부터 농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을 떠올리면 열심히 운동하는 여자아이가 비웃음을 사던 기억만 있다. 이를 악물고 달리기라도 하면 누군가 꼭 “아이고! 국가대표 나셨어.”하고 비아냥거리며 킥킥댔다. 운동장은 남자아이들에게 내어주고 스탠드에 앉아 적당히 운동에 관심 없는 척, 지루한 체육 시간이 얼른 지나가 버리길 바라는 척 하다 보니, 나는 어느새 운동 못 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단체 운동은 질색이었다. 어른이 되어 내가 시도한 운동은 대부분 혼자서 하는 운동-수영, 필라테스, 요가 등-이었다.
위캔즈 농구단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 뛴다. 아무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비웃지 않는다. 서로를 응원한다. 아무도 비웃지 않을 때, 서로서로 응원할 때, 함께 운동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많은 여성이 경험하면 좋겠다. 우리는 단지 함께 운동해 본 적이 없을 뿐이다. 
지난 주에는 회사 일로 바빠 삼 주 만에 농구 수업에 갔다. 수업이 끝나고 땀에 절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갑작스레 눈물을 쏟았다. 여자들끼리 있을 때의 안전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좋아하는 물건


재영 씨가 좋아하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을 때, 곰곰 생각해도 ‘이건 절대 못 버려, 대체할 수 없어’하는 물건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애를 좀 먹었다. 나는 살면서 열한 번 이사 했고 일 년에서 사 년에 한 번씩 집을 옮기며 살아왔기 때문에, 집에 수납공간이 넉넉하게 있는 사람, 자주 이사하지 않는 사람과 물건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다를 것 같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지만, 추억이 있으니까’ 같은 이유로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일이 거의 없다. 쓸모를 다한 물건을 그때그때 정리하고, 불필요한 짐을 늘리지 않으려 항상 노력한다. 물건에 애착을 갖는 일이 잘 없다. 다행히 좋아하는 것은 몇 가지 있어서 그걸 상징하는 물건을 소개해 봤다. 역시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는 일은, 그것에 대해 말하는 일은 즐겁다.



신지혜

아빠가 지은 집에서 태어나 지금은 열두 번째 집에서 살고 있다. 이태원에서 6년째 살며 맛집은 몰라도 좋아하는 골목은 몇 개 생겼다. 건축과 책, 춤을 좋아한다. 




*앨리바바 편집 전의 글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2019년 11월 7일 목요일

합정 <서양미술사>


<서양미술사>가 내부 공사를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몹시 서운했다. 집에 오는 길에 서운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핸드폰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2018 4 13 밤에 산책하다가 서양미술사를 처음 발견했다. 아직 이전 가게의 간판(파크부동산) 달려 있었고, 커피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글씨체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 겨울,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 덜덜 떨며 가게에 들어 온 내게 사장님은 주문도 받기 전에 따뜻한 잔을 내어주셨다. 손에 잡히던, 손바닥으로 전해지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한다.  퇴사한 날 회사에서 나온 11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무작정 합정역으로 향했. 서양미술사에서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맥주 병을 마시고 취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먹은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나의 유일한 나폴리탄 스파게티이자 최고의 나폴리탄 스파게티다.  우유 거품이 가득 올라간 아란치노 잔을 양손으로 사장님을 보고 크게 웃었던 날을 기억한다. 왜 그렇게 웃음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좀처럼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내게 사장님은 "지혜 님이 이렇게 밝은 분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다음에 갔을  아란치노를 주문해 봤. 오렌지청이 들어간 커피와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꼬인 머릿속을 쾌청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나는 그후로도 아란치노 잔만 보면 웃음이 났다. 옆자리 손님이 친구에게 여기는 핸드드립이 유명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다음에 갔을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 커피에 쓴 맛이 전혀 없을 있다는 알게 됐다.  커피를 마시고 심장이 두근두근했던 날을 기억한다. 포개진 컵을 설거짓거리인 오해하고 사장님을 놀렸던 날을, 맥주를 얻어 마신 날을,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생각의 여름의 <다섯 여름이 지나고> 틀어 두고 깜빡 졸았던 날을 기억한다. 
기억할 거니까. 괜찮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기억이 쌓일 테니까. 그건 또 얼마나 좋을까. 



<서양미술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i_sul_sa/






















































2019년 10월 15일 화요일





손을 유심히 보던 사람이 있었다. 재주 많은 손이라며, 만날 때마다 손을 꼼꼼히 오래 들여다봤다. 손이 세상에서 제일 귀한 무엇인 듯이, 마치 손에서 나의 모든 세계를 들여다보듯이. 나는 뼈와 핏줄이 불거진 크고 투박한 손이 창피해서 간지럽다며 서둘러 손을 그에게서 빼내고는 했다. 

<벌새>에서 영지 선생님이 은희에게 자신이 싫어질 , 손가락을 보라고, 그리고 손가락, 손가락 움직여 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사람 생각을 잠깐 했다. 

사람도 가끔 어떤 손을 보면 나를 떠올릴까. 아니면 어딘가에서 다른 누군가의 손을 탐구하고 있을까. 어느 쪽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이전보다 나의 크고 투박한 손을 좋아하게 되었다. 누군가 찬찬히 오래 보아주던 . 사람은 "상처가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최은영, <그때의 은희들에게>, 《벌새》, 아르테 2019.

2019년 10월 3일 목요일

가족사진






가장 좋아하는 가족사진이다. 책상맡, 책 읽다 고개 들면 눈길 닿는 곳에 두었다. 공부방에 있는 유일한 사진이자 상자에서 꺼내 둔 유일한 가족사진이기도 하다.


84년도 어딘가의 해변이다. 모래에 비스듬히 꽂힌 파라솔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은 엄마와 아빠, 언니가 보인다. 사진 속의 엄마와 아빠는 나보다 5살, 8살 어리다. 그들은 무언가를 막 먹으려는 듯 모여 앉아 있다. 세 사람 모두 수영복을 입었고 아빠와 엄마는 밀짚모자를 썼다. 돗자리 왼쪽 모퉁이에 놓인 모자가 언니의 것이라기엔 커 보인다. 아마 이 사진을 찍어 준 사람의 것일지 모르겠다. 그가 누구인지 전혀 짐작 가지 않는다.  언니가 입은 수영복은 내가 나중에 물려 입기도 했다. 저 수영복을 입은 나의 사진이 이 집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엄마는 2010년 두 번째 결혼을 할 때 가족사진을 모두 나에게 주었다.

나는 자주 이 사진을 들여다 보며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있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2019년 7월 30일 화요일

할머니

화요일마다 가는 카페 사장님이 여름 휴가를 가셨다. "할머니 댁에서 잠을 실컷 자다가 올 생각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좋겠다. 할머니가 있어서.


나는 할머니가 참 좋았다. 우리 가족은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면 아빠가 몰던 파란색 트럭을 타고 할머니댁에 갔다. 운전석에 아빠가 앉고 그 옆에 엄마 언니 내가 차례로 앉았다. 내가 가장 문 쪽에 앉았기 때문에, 할머니댁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차에서 뛰어내렸다. 끼기긱 소리가 나는 나무 대문을 밀치고 마당으로 달려 들어가며 "할머니이-"하고 소리쳤다. 할머니는 "응- 왔어? 꽃비는?"하고 물었다. 할머니의 눈은 작은 나의 정수리 너머 를 향해 있었다. 언니가 뒤따라 마당으로 들어오면 할머니는 '꽃비 먹으라고' 찐 옥수수와 '꽃비 먹으라고' 담근 식혜를 마루로 내왔다.

할머니에게 언니는 각별했다. 언니가 네다섯 살 때쯤 엄마 아빠와 떨어져 할머니댁에서 지낸 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니가 마루에 걸터 앉아 할머니 옆에서 옥수수와 식혜를 먹는 사이, 나는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가 선풍기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선풍기 머리에 대고 "아아아아아아아"하고 소리를 내면, 선풍기가 "아아아아아아아"하고 대답했다. 할머니는 매번 꽃비를 찾았고, 매번 꽃비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두었고, 매번 꽃비의 졸업과 입학만 챙겼다. 요즘도 나는 옥수수나 식혜를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난다.

나는 여전히 할머니가 참 좋았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부모님은 이 년 정도 할머니를 우리집에 모셨다. 입시 준비로 언니가 바쁜 덕분에 나는 할머니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밭일로, 논일로 그렇게 고생을 많이 했는데도 살결이 보드랍고 포근했다. 포근한 할머니에게 안기는 게 좋았다. 당뇨 때문에 퉁퉁 부은 할머니 손을 잡고 산책하는 게 좋았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모들 어릴적 이야기가 좋았다. 병원에 갈 때마다 병원 매점에서 사다주는 인절미가 좋았다. 당뇨 때문에 식단 조절을 해야 하는 할머니가 인절미를 하나 더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좋았다. 엄마 몰래 할머니와 간식을 나눠먹는 게 좋았다. 할머니와 나 둘만 아는 비밀이 좋았다.


할머니댁에 가서 잠을 실컷 자다 올 수 있다면 좋겠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마루에 누워서 "할머니 나 어릴 때 왜 맨날 언니가 좋아하는 옥수수랑 식혜만 해줬어?" "내가 옥수수랑 식혜에 손도 안 대는 거 알았어?" 그렇게 응석도 부리고 싶다. 할머니댁에는 지금 누군가 남이 산다더라. 좋겠다. 할머니가 있어서.









2019년 3월 15일 금요일

장류진의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이 작품은 제21회 창비 신인 소설상을 받았다. A4 12장 분량의 소설이 창비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https://magazine.changbi.com/q_posts/%EC%9D%BC%EC%9D%98-%EA%B8%B0%EC%81%A8%EA%B3%BC-%EC%8A%AC%ED%94%94/?board_id=2659
주인공 김안나 씨는 중고 물품 거래 앱 <우동마켓>을 만드는 판교테크노밸리 스타트업 회사의 기획자다. 대표 데이빗(본명 박대식)의 지시로, 김안나 씨는 점심시간에 <우동마켓>에 매일 백 개씩 글을 올리는 의문의 사용자 '거북이알'을 만나 정체를 밝힌다. 거북이알을 만나는 사건 외에도 소설에는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아홉 시까지 김안나 씨가 회사에서 보내는 평범하고 이상한 12시간이 담겼다. "일의 기쁨"은 하찮고 "일의 슬픔"은 뼈아프다.
모든 회사에는 이상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까 직장인이라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안 해야 돼요.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머리가 이상해져요.”
+ 그나저나 소설에 나오는 길 건너로 이어지지 않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육교가 판교에 진짜로 있구나! 보러 가고 싶다.

2019년 2월 25일 월요일

안도

낯선 동네로 이사온 지 6년이 지났다.
6년 동안 동네에서 동네로 한 번 이사했다.
지하철역에서 멀어진 대신 집이 넓어졌다.
동네 구석구석 열심히 걸어다닌 덕분에
맛집은 몰라도 좋아하는 골목은 몇 개 생겼다.


오늘은 퇴근길에 부러 돌아 헬카페에 들러 커피를 샀다.
내가 이태원으로 이사한 2013년 4월에 헬카페도 갓 문을 열었다.
헬카페가 입소문을 타고 확장하고 점점 더 유명해지는 동안
동네에는 많은 가게가 생기고 없어졌다.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기다리며
Shazam으로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을 검색해
아이튠즈 보관함에 추가했다.
커피를 받아들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 앞에서 뚜껑을 열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방금 아이튠즈 보관함에 추가한 앨범을 들으며
지름길로 집에 돌아왔다.







2019년 2월 24일 일요일

생활기록, 나의 일주일

출근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시간을 좀 규모 있게 쓰고 싶어서
2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생활 기록을 해봤다.
A4용지를 두 번 접어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새로운 활동이 시작될 때 시간을 기록했다.



현재: 독서 18시간/ 사교 3회, 6시간 38분/ 운동 3회, 1시간 51분/ 춤 3회, 6시간 37분/ 잠 1일 평균 6시간 47분

1. 점심시간에 40-45분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퇴근 후와 주말에는 독서 모임 책을 읽었다.
2. 사교활동을 별로 안 했다.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3. 춤은 솔재 수업 한 번, TC 수업 한 번, 스프 수업+소셜 한 번으로 주 3회, 춤 안 추는 날은 짧게라도 운동했다. 
4. 수면 시간은 누운 시간, 일어난 시간을 기록했다. 잠들기 전에 30분, 일어나기 전에 1시간 정도 잠을 설치고 꿈도 많이 꾸는 걸 생각하면 잠이 너무 부족하다.


개선 

1. 점심시간에 박완서 작가 읽기는 유지, 일주일에 한 번은 회사 사람들과 밥 먹자.
2. 퇴근하고 매일 두 시간은 읽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지런히 '퇴근, 저녁 식사, 집안일'하고 8시엔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3. 독서 모임도 사교활동으로 볼 수 있으니 사교활동 일주일에 3-4회 유지.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해서 약속을 만들자.
4. 춤은 주 3회로 적당하다. 이제 스프 강습이 끝났으니 소셜을 하루 더 하고 싶지만 어려울 것 같다. 당분간 유지. 춤 안 추는 날은 운동 꼭 하자. 자기 직전보다 저녁 식사 전후가 나을 것 같다. 
5. 적어도 11시에는 잠자리에 들자.


2019년 1월 6일 일요일

2018년을 보내며

지난해는 선우정아 <그러려니>의 가사처럼 만나는 사람이 줄고 그리운 사람이 는 한 해였다. 





안부를 물을 수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많은 2018년이지만, 뿌듯한 일도 몇 가지 있다. 솔로재즈 수업을 꾸준히 들은 것, 박완서 소설 전집(세계사)을 읽은 것(22권 중 11권 읽었다), 여성들과 독서 모임에서 책 읽고 이야기 나눈 것, ≪최초의 집≫(유어마인드 2018.) 쓰다가 포기하지 않은 것도.












2018년 12월 25일 화요일

올해의 책, 건물, 춤.


올해의 책
-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박완서 지음, 세계사 2012.
-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민음사 2016.
- ≪가치 있는 아파트 만들기≫, 정헌목 지음, 반비 2017.


올해의 건물
- Maekawa House, Kunio Maekawa 설계, 도쿄, 1942년 완공.
- 아모레 퍼시픽 사옥,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설계, 서울, 2017년 완공.


올해의 춤(린디합) 영상
- ILHC 2017에서 Dee Locke❤️ https://youtu.be/CQkbPA-qFGk
- Savoy Cup 2018에서 팀서울 https://youtu.be/7eU7YzJiRsM
- 나의 리더 쇼케이스 영상(뻔뻔😙) https://youtu.be/00bs3RkQcbA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멀고도 가까운>, 반비 2016.





다섯 번째 독서모임에서 읽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와 화해하기 위해(이해하기 위해) 다른 이야기들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했는지 탐구한다. 작가의 이야기가 글 전체에 스며있다. 작가가 많은 이야기를 참조하는데, 그 중 주요하게 다뤄진 세 편을 뽑아 핵심 내용을 발췌해갔다.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GV] 11/9(금) <집의 시간들> 스페셜토크 w.라야, 신지혜, 이로










신: 라야 님의 첫 번째 집 이야기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여의도에 있는 아파트만 듣고 인터뷰를 하러 갔어요. 아파트라고 했을 때 제가 들을 이야기에 대해서 그렇게 큰 기대가 있지는 않았어요. 제가 제 이름이 신지혜라고 누군가에게 소개했을 때 사람들이 "어쩌다 부모님이 이름을 신지혜로 지으셨대요?"라고 묻지 않는 것처럼, 아파트라는 주거 형식이 익숙하고 흔하잖아요. 그건 상투적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이로: 혹시 아까 밖에서 오늘 개그 준비했다는 게...

신: 이거 아니예요.

이로: 죄송합니다.

(웃음)(웃음)(웃음)

신: 그건 아파트가 저에게 탐구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거든요. 익숙하고 흔하기 때문에. 근데 저희 부모님이 저 이름을 지혜라고 지은데에도 굉장한 스펙타클이 있어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웃음)(웃음)

있거든요. 라야 님의 이야기를 들으러 갈 때 제 마음도 그랬던 거예요. 아파트에 살았는데 뭐 대단한 이야기가 있겠어? 아파트가 한국 사회에서 작동하는 방식에는 관심이 많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는지는 되게 전형적일 거라고만 약간 편견을 가지고 인터뷰를 하러 갔죠. 일단은 라야 님이 살았던 아파트의 평수가 좀 컸어요. 주방이랑 밥을 먹는 식당이 분리되어 있는 집이었고, 1978년에 지어진 아파트이다 보니까 부엌에 식모방이 딸려 있었어요. 안방 같은 경우도 가족실 개념으로 쓰는 안방이랑 부부침실로 쓰는 안방이 따로 나눠져 있었어요. 집이 크다 보니까 실들이 분화되어 있었고, 라야 님이 그 집에 산 건 90년대이다 보니까 90년대 가족의 생활에 맞게 개조를 많이 해서 산 집이었거든요. 그래서 최초의 집에 아파트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이 네 분이 계신데, 네 분의 이야기가 다 달라요. 전형성도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경험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저의 편견을 깨줬고, 그런 점에서 재미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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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 재밌었는데 정리하다 말았다.







2018년 12월 10일 월요일

영화 <소공녀>(전고운 감독, 2017.)


영화 <소공녀>(전고운 감독, 2017.)를 봤다. 주인공 미소는 위스키와 담배, 애인을 좋아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것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원만을 모으며 살아간다. 영화는 미소가 본인에게 중요한 세 가지를 지키기 위해 안정적인 주거를 포기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충분하고 만족스런 인생을 위한 자원은 얼만큼일까? 최소한의 자원만이 주어진다면 어디에 쓸까를 질문하게 되는 영화. 

영화를 다 보고,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생각해봤는데, 어렵지 않게 세 가지를 추렸다. 건물을 볼 때(보러가는 과정 포함), 책 읽을 때(이 책의 재미있는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시간 포함), 춤 출 때(수업, 연습, 소셜, 푸꾸투어 포함)인데, 이 중에 두 가지, 혹은 한 가지만 남기라고 하면 고민이 클 것 같다.

아무튼, 2018년의 남은 날 동안 <올해의 건물>, <올해의 책>, <올해의 춤(영상)>을 꼽아봐야지. 각 항목별로 정산하고 이야기 나눌 모임이 있으면 좋겠네.









2018년 12월 4일 화요일

《Space of W-Architects - 한국의 여성건축가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도서출판사 주먹구구, 2017.






공간지 학생기자단 14기에서 만든 책으로 한국 여성 건축가 여덟 명의 인터뷰가 실렸다. 교수, 대형사무실 임원,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설계사무소의 소장, 혼자 사무실을 운영하는 소장 등 다양한 상황의 여성 건축가들이 “여성”으로 건축계에서 일한 경험과 함께 건축 작업에 대해 들려준다.

학생기자단 11명 중 10명이 여성이다 보니 모이면 자연스레 ‘졸업 후에 건축계에서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을까’ 고민을 나누다가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한다.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2016) 서문의 한 줄을 오늘도 떠올렸다. "여자가 여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용기를 줍니다.”


비록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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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 54살인데, 동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우리 나이 또래의 여성건축가들이 다 사라졌다고 말해요. 왜 전멸했는가가 이슈인데, 내 나이 또래에 두각을 나타냈던 사람들이 꽤 있었음에도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느라 힘들었던 것으로 생각되어요." 22쪽, <강미선>.



"막상 학교에 들어가고 보니 저 이외에 다른 여학생은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여성성을 지우려고 했어요. 동기들보다 열심히 해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시기였어요. 여성으로서 무언가를 다르게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31쪽, <이선영>.

"제가 교수로서 얼마나 잘 해나가는지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던 거죠. 당시 저는 제 이후에도 여성 교수를 채용하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도록 일에만 집중했어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주목받는 만큼 제대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고군분투했어요. 후배들, 학생들에게 롤모델이 되기 위해 집착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33쪽, <이선영>



"저는 우리나라 여성 건축사 1호 지순 선생님이 멘토 역할을 해주셔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45쪽, <박영순>.

"보통 30-40대가 커리어에서 정점인데, 그때 육아가 걸림돌이 돼요. 저도 아이 둘은 너무 힘들다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 지순 선생님이, '아이들은 엄마의 등을 보고 자란다. 아이들은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보고 자라니까. 보여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사무소에 가기도 했죠." 48-49쪽, <박영순>.



"많은 부부 건축가가 건축사협회에 등록할 때 둘 다 건축사가 있어도 보통 남편만 해요. 한 사무소에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래도 저는 같이 등록했지요. 공동대표라는 것이 욕심일 수도 있는데, 저는 제 나름대로 권리라고 생각했어요." 61쪽, <김희옥>.



"낮은 연차일 때 여자는 보고서 위주의 작업을 하고 남자는 도면이나 현장 일을 많이 맡게 되었어요. 그걸 객관적으로 차별을 당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작용했던 거 같네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입사 당시 신입사원의 비율은 같았지만 회사에 여자 부팀장이 거의 없었어요. 팀장은 한 명도 없었고요." 77쪽, <이주영>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취직했을 때 '여자라는 이름 뒤에 숨으려 하지 말아라. 여자라서 못한다는 생각도 하지 말아라'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회사에 다녔어요. 그때는 모두가 항상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일하는 분위기였고 저도 그렇게 건축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불만없이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근무 분위기 자체가 남성적인 문화의 일면이 아닐까 싶어요." 91쪽, <조윤희>.

"작년에 임신을 한 상태로 현상설계공모 발표를 하게 되면서, 제가 임산부라는 사실이 심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가 임산부임을 모르길 바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91-92쪽, <조윤희>



"제가 졸업 후 입사한 회사는 건축계에서 인지도 높은 곳이었지만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80%밖에 되지 않았어요." 99쪽, <한기영>.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11월 독서 모임.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한겨레출판 2018.)



"건축학을 잘 모르면서도 글짓기는 집짓기와 유사한 것이라 믿고 있다. 지면(紙面)이 곧 지면(地面)이어서, 나는 거기에 글을 짓는다. 건축을 위한 공정 혹은 준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있을 만하고 또 있어야만 하는 건물이 지어져야 한다. 한 편의 글에 그런 자격을 부여해주는 것은 (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건축에 적합한 자재(資材)를 찾듯이,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특정한 인식을 가감 없이 실어 나르는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는 플로베르적인 가정을 나는 믿는다. 그런 문장은 한번 쓰이면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다. 셋째,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필요한 단락의 개수를 계산하고 각 단락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배분한다. 가급적 각 단락의 길이를 똑같이 맞추고 이를 쌓아 올린다. 이 시각적 균형은 사유의 구조적 균형을 반영한다(반영해야 한다). 이제 넘치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한 단락도 더하거나 빼면 이 건축물은 무너진다(무너져야 한다).
-서문에서.


12월 독서 모임에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신형철, 한겨레출판 2018.)을 읽고 이야기 나눴다. 이 책은 2010년 이후 ≪한겨레21≫의 '문학사용법' 코너에 연재한 글과 함께 다른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았다. 하나로 책 전체를 꿰는 주제 없이, 그 때 그 때 쓰여진 글을 묶은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고민했다. 
서문의 실린 좋은 글을 짓기 위한 세가지 준칙(인식적, 정서적, 미학적 측면)을 토대로 신형철 문학비평가가 문학작품을 비평하는 기준이 드러난 문장을 본문에서 발췌해 갔다.